"다양한 음악적인 고민들…하나님이 지어주신 나" 정지선 예술감독'브릿지 뮤직 얼라이브' '기원: 더비기닝' 정지선 예술감독
글로벌 문화산업축제인 크리에이티브 성수 중 뮤직성수페스티벌 ‘브릿지 뮤직 얼라이브’를 기획, 주관하며 AI에 관련한 공연예술 퍼포먼스와 포럼을 기획하는 등 맹활약 하고 있는 정지선 예술감독. 지금은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고유하고 특별한 문화예술기획의 예술감독이 되었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 찬양단을 했고 싱어송라이터가 꿈이었던 그는 자연스럽게 성신여자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했다. 대학시절부터 그는 ‘홍길동’ ‘청춘의 덫’ ‘미니시리즈 M’ ‘제3,4,5 공화국’과 같은 드라마 OST에 음악과 노래로 참여했고 가요 음반, CF 등의 보컬 피처링, 연극과 뮤지컬 음악 등에도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며 20대를 그야말로 세상적으로 가장 바쁘게 화려하게 지냈다.
정지선 감독은 “고3 때까지 찬양하는 사역이 있는 곳은 어디든 달려가서 열심히 했다”며 “하지만 대학교에 가고 나서는 교회문화에 답답함을 느꼈고 그러한 갈급함으로 대중음악, 방송음악을 찾아가며 20대 때는 상업적인 활동을 많이 했다. 돈도 많이 벌고 나를 찾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점점 피폐해졌고 그때 우울증이 함께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그때 그는 바쁜 활동을 하던 중에도 마음에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지?’ ‘난 여기 왜 있지?’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되며 허무주의가 찾아왔다고 했다. 찬양단 안에서만 있었던 10대 시절의 정지선이 20대 때는 음악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고 쌓으며 상업진영의 최고의 음악감독이 되었지만 마음의 평안과 안정이 없었다.
서른이 됐을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나 아들 셋을 낳고 육아에 전념했다. 삼형제를 향한 살뜰한 보살핌에 대한 마음으로 지금은 모두 선한 모습으로 잘 자랐다. 정 감독은 “남편을 만나 마음의 평안이 왔고 삼형제를 기르니까 몇 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며 “그 당시 다시 하나님을 만나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할 때였다. 아들을 셋이나 낳았으니 엄마로 살아야 되는 게 하나님의 뜻인가 싶었지만 일만 하던 여자이고 음악만 하던 사람이라 내 정체성의 혼란이 다시 찾아왔다”고 고백했다.
결혼하고 하나님을 만나 평안을 누리는 듯 했지만 평생을 해 왔던 ‘노래’를 다시 하고 싶은 열망에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2012년 CCM 첫 앨범 ‘나의 사랑, 나의 주님 My Lord, My Love’를 발매했다.
그는 “6년에 걸쳐 기도하고 준비하며 CCM 앨범을 냈고 앨범이 나오자마자 여러 목사님이 음악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셨고 성령의 파워, 기름부으심이 있다고 특송으로 많이 불러주셨다. 근데 이상하게 앨범이 나오고 미국에서도 부산에서도 오라고 하는데 기도 가운데 드는 마음은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이불을 깨끗하게 개키고 아이들을 잘 돌보라는 마음만을 주셨다. CCM 앨범을 준비하고 발매하는 과정 동안 이제 세상적인 것은 다 접고 CCM가수로 활동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그는 CCM가수로도 사역을 몇 차례 하지 못한 채 다시 아이들을 보며 다니고 있는 교회의 찬양팀 안에서만 조용히 섬김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 안에 내재한 창작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고 밥을 하던 중에 곡의 멜로디가 떠올라 국내 인디뮤직 최고 유통 배급사인 미러볼뮤직을 통해 앨범 ‘창가에빛 SHINE:WINDOW’ 출시하게 되었다. 그 때 나이 40세.
그는 “찬양을 하다가 다시 세상의 노래를 하는 것 같아서 내면의 갈등도 있었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그런데 곡이 나오고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눈물이 나온다고 ‘빛이 하나님이지?’라고 해주셨다. 하나님을 드러낸 가사는 없지만 ‘빛’되신 주님을 묵상하며 노래를 불렀는데 그게 통한 것 같아서 감사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를 통해 성수동 한 건물의 지하 공간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게 됐고 그것이 ‘게토얼라이브’의 시작점이 됐다. 그는 “그래피티를 잘했던 한 시각예술작가가 벽에 낙서 혹은 예술을 시작하면서 그곳의 이미지가 시작됐다. 저는 그냥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벽을 꾸미라고만 했고 시각예술작가의 활동에 전혀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근데 페인트와 크레파스로 뒤덮인 벽화, 그래피티가 굉장히 센세이션한 감각으로 예술계에 유명세를 많이 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지선 감독은 ‘게토얼라이브’를 열어 성수동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올해 초까지 8년 동안 운영했다. 대한민국을 넘어 고유하고 독창적인 아티스트들을 기획해 문화예술분야에서 가장 최전선의 창작 예술들을 전달해왔다. 한국의 즉흥음악, 재즈, 전통음악, 클래식,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들을 서로 교차, 융합하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왔다. 그러한 활동으로 2023년 크리에이티브 성수의 ‘아트 성수’ 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을 맡고 성동구청과 성동문화재단의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이제는 대안공간 ‘게토얼라이브’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을 넘어서 기획자로서 국내외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도전과 실험을 포용하며 다양한 장르로의 실험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오는 11월 20일, 21일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공연 ‘기원: 더비기닝’을 개최한다. 한국 재즈 1세대 트럼페터 최선배를 중심으로 프리뮤직의 대가 강태환과 사물놀이 세계화의 문을 연 김덕수가 함께 하는 무대다.
정 감독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세대, 존경하는 원로 예술인들의 무대”라며 “이렇게 함께 모여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의 혁신성을 상징하는 원로 예술인들의 정신, 전통을 통해 지혜와 영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귀한 공연을 함께 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성악가에서 대중음악감독, CCM가수에서 이제는 동시대 문화예술 기획자로 ‘음악’과 ‘예술’에 대한 질문과 묵상은 어떻게 다다르고 있을까. 그는 “내가 하는 음악과 문화예술을 하나님이 어떻게 보실까 고민이 컸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묵상에 다다랐다”며 “내가 하나님 안에 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세상 음악과 찬양을 규정하는 것은 나의 좁은 소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다양한 음악적인 고민 자체도 하나님이 지어주신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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