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게 당연해요. 못 하는 게 당연합니다" 초보맘들에게 전하는 위로'나는 매일 도서관에 가는 엄마입니다' 이혜진 작가
“힘든 게 당연해요.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어떤 실수가 있었을 때 엄마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자아도 함께 키워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 보는 생명의 탄생과 육아의 과정을 겪으면서 기쁨과 활기가 넘치는 엄마들도 있겠지만, 육아 우울증으로 숨죽이며 눈물 흘리는 엄마들도 많다. 하지만 집안 살림에, 아이에 치여서 자신을 돌볼 여력은 없다.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건강하게 살아내려고 치열하게 자신의 신음 소리는 숨죽이며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들.
이혜진 작가 역시 아들, 딸 남매를 둔 두 아이의 엄마다. 학창시절 기자의 꿈을 품으며 공부에 매달렸고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유수의 통신사와 언론사에서 기자 경력을 쌓으며 화려한 커리어우먼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직장 생활 5년 차 결혼과 동시에 임신이 됐다. 당연히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한치 앞도 모르는 임신과 육아의 소용돌이 속에 결국 회사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이혜진 작가는 “임신을 하고 새벽까지 마감을 하면서도 회사를 계속 다녔다”며 “그런데 임신 4개월째 배 속의 아이가 크지 않고 있다며 의사가 일을 쉬든지 그만두는 게 낫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선은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고 건강하게 첫째를 출산했다. 하지만 진짜 전쟁은 출산 이후부터 시작됐다. 그는 “제가 언론고시를 준비했지만 어떻게 엄마가 되는지, 어떻게 결혼 생활을 하는지, 양가 어르신들 사이에서의 제 역할 등등. 결혼고시를 준비한 것은 아니기에 처음 부딪치는 모든 것들이 힘들었다. 결혼 후 문화충돌을 겪고 육아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기자생활을 하면서 교육 섹션의 글을 많이 썼지만 육아에 대한 기사를 쓴 것이 아니다 보니 육아에 대해서도 전혀 무지했다”고 전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2년 뒤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손이 많이 필요한 첫째 아이를 돌보면서 갓난아이까지 태어나 말 그대로 끝나지 않는 일이 매일 매일 산더미같이 밀려왔다고.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이 필요한 아이들, 내 시간과 자유를 아이들에게 쏟아부어야만 하는 시간들이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4년 동안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며 “주부 우울증도 심하게 왔다. 엄마로서 자아를 찾아가기까지 10년 정도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 사이에도 일에 대한 열정을 내려둘 수 없었던 이 작가는 틈틈이 외고를 쓰기도 하고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을 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작가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일을 통한 성취감의 갈증까지는 해소되지는 않았다.
육아와 외고 아르바이트 등 좌충우돌의 시간 속에 이혜진 작가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던 것은 ‘도서관’이었다.
이 작가는 “육아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다 보니 저도 웹서핑이나 맘카페를 열심히 찾아다녔다”며 “엄마들이 뭐가 좋다고 하면 쉽게 흔들렸다. 그러다가 내가 무언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은데 막상 물어보기는 창피할 때도 있고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그런 궁금증이 있어서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궁금했던 딱 그 질문에 대한 답뿐만 아니라 주변 지식까지 덤으로 얻어서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이혜진 작가는 책을 읽으면서 지치고 공허했던 마음들을 많이 회복됐다고 고백했다.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어요. 성장하고 있다는 다독임도 받고, 책을 읽어가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성장의 기쁨도 얻었습니다.”
책을 한두 권씩 사서 읽다가 책값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아서 집 근처 도서관들을 아이들과 함께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놀이터처럼 편하게 가던 공간에서 점점 서가에 꽂힌 책들을 펴보며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작가와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놀이 삼아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처음부터 책을 내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도서관을 오가다가 무료 교육 프로그램도 듣게 됐고 ‘독서토론논술 지도법’ 수업을 듣다가 해당 강사의 권유로 책을 쓰게 됐다. 당시 ‘버킷리스트 작성하기’가 있었는데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마음속 어딘가에 있었던 소망인 ‘출판’을 적었는데 선생님이 ‘어머님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이혜진 작가에게는 그 말이 굉장히 큰 응원으로 다가왔다.
그는 “육아만 하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너 책 써도 잘할 것 같아’라고 용기를 준 분이 그 선생님이 처음이었다”며 “남편이나 친구들과 만나서 책 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잠깐씩 했을 때 ‘너도 할 수 있어. 한번 써봐’라고 한 사람이 없었다. 막연한 꿈이었는데 그 선생님이 막연한 꿈을 현실이 되게 해주셨다”고 전했다.
시도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출판기획서를 써서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2019년 ‘나는 매일 도서관에 가는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고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며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를 동력으로 2020년 ‘나는 매일 책 읽어주는 엄마입니다’도 출간했다.
이 작가는 첫 번째 책에 대해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힘들었고 성장통을 겪었다”며 “그 상황 속에서 책을 보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도서관에는 주옥같은 책들이 쌓여있고 저명한 저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집에서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며 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찾아보듯이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어볼까 하는 설렘이 있었다. 10년간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던 마음들이 도서관에서 치유를 받았다. 이런 나의 시행착오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냈다. 그리고 정말 간절하고 절박한 상황의 엄마들에게 내 경험담을 공유하며 좁쌀만한 위로라도 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책 출간을 통해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강의도 하고, 아이들을 재우고 난 밤에는 세 번째 책을 목표로 집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 작가는 “책을 내면서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이었다. 시도는 해보는 것이 좋은 거구나, 문은 두드려봐야 하는구나 그런 고전적 진리를 다시 깨달았다. 엄마가 되고 나서 무력감에 빠져 있었는데 ‘시도라도 해보자’라는 용기에 출판, 강의 등등 다음 단계들이 열렸다”고 밝혔다.
갓난아이를 키우며 지금 이 시간에도 육아에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이 작가는 “첫째 아이가 2009년에 태어났는데 첫 번째 책이 2019년에 나왔다”며 “10년의 시간이 나는 사라지고 사회적으로 실패한 것처럼 보였는데 그 시간이 ‘또 다른 나’를 탄생시키고 성장시키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됐다. 지금의 힘든 시간들은 내면의 자아가 더 단단하게 다져지는 시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무엇이든 시도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 시도를 통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듯하다. 성취감 좌절감 등을 통해 오랜 시간 꿈꿨던 것들이 이뤄지는 기쁨도 맛보시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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