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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아픈 아이를 지킬 수 없어…함께 가요"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들을 위한 공동체 #화이팅게일

조경이 | 기사입력 2022/06/30 [19:30]

"혼자서는 아픈 아이를 지킬 수 없어…함께 가요"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들을 위한 공동체 #화이팅게일

조경이 | 입력 : 2022/06/30 [19:30]

 

 

▲ 배우 김예랑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연기만큼은 똑소리나게 하는 기대주였다. 2008KBS 공채탤런트 마지막 기수인 21기로 데뷔해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천추태후’ ‘공부의 신’ ‘엄마도 예쁘다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활약을 펼쳤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고 세 명의 아이를 낳으며 배우 활동보다는 육아에 전념하는 시기였다. 대중들도 김예랑의 SNS로 근황을 보며 육아에 전념하나보다 했는데 어느 순간 그의 SNS#화이팅게일 키워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둘째 딸이 소아뇌전증을 앓게 되면서 아픈 시기를 겪었지만 기적적으로 완치돼 가족 모두 일상으로 복귀하는 감사를 누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의 SNS에는 여전히 다른 아픈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들의 사진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김예랑은 제가 셋째를 낳고 조리원에 있었는데 둘째가 만 두 살이 됐을 때 어린이집에서 경기를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너무 놀라서 바로 병원으로 갔는데 사람들이 간질이라고 부르는, 뇌전증 판정을 받았다. 2018년 그렇게 둘째 딸은 80일간 입원했다고 밝혔다.

 

어린 둘째 딸이 뇌전증을 앓게 되면서 그 동안 모르고 살았던 난치성 뇌전증 환우들을 가까이에서 보게 됐다. 뇌전증, 뇌병변 환우들이 많이 입원해 있는 신촌세브란스 37병동에 둘째 딸도 입원 치료를 받게 됐다.

 

그는 뇌전증이라는 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다가 병원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그런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이미 장애를 갖게 된 아이들, 의식이 없는 아이들, 어느 날 갑자기 엄마 아빠를 못 알아보게 된 아이들, 입으로 밥을 먹을 능력을 상실한 아이들이 있었다. 80일 동안 려원이와 병원에 있으면서 그 아이들과 엄마들과 친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려원이는 뇌전증 증상이 발현되기 전까지 삼남매 중에 가장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였다. 하지만 뇌전증 치료 약을 먹기 시작하자마자 다시 기저귀를 하고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됐다. 려원이가 기적적으로 치료가 되지 않았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예랑은 “37병동 끝에 예배실이 있다무조건 려원이를 낫게 해달라고,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이 왜 네 딸만을 위해 기도하니라는 마음을 주셔서 울면서 회개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위해, 다른 엄마들을 위한 기도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이 병동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를 여기에 보내셨나 하는 마음으로 끄덕여졌다라고 말했다.

 

김예랑은 그때부터 37병동 아이들을 위해 매일 기도했다. 그리고 주변에 려원이의 병을 밝히고 지인들에게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그러다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김예랑은 려원이가 자다가 하나님이 고쳐주셨어요라고 했는데 진짜 경기가 멎어서 80일만에 퇴원했다먹는 약도 많이 줄어들었고 1년 반 동안 다시 유치원도 다니게 됐다. 하지만 201912월 말 경기가 또 시작됐다. ‘이게 뭐지?’ 멘붕이 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병원에 아픈 아이들을 두고 려원이만 퇴원해서 잘 지내는게 마음이 무겁고 미안했었는데 다시 병원에 가서 아이들을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고 처음보다는 버틸힘, 담대한 마음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 가수 선예와 그레이스    

 

 

 

 

딸의 두 번째 입원에 당황할 법도 하고 더 절망스럽고 초조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더욱 담담하고 침착한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아픈 아이들을 돌보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엄마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더욱 잠잠히 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아픈 아이를 보면 엄마가 더 괴롭고 힘들어한다내가 뭘 잘못했을까 하면서 더 힘들어한다. 근데 아이 앞에서 엄마들은 우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중증 아이를 둔 엄마들은 아이 앞에서 애써 평정심을 지키려고 하고 더 의젓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병동에서 오랜 병원생활을 버티려면 엄마가 힘을 내야 한다. 그래서 엄마들과 짬뽕도 시켜먹고 더 깔깔깔 재미있게 지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5:16-18)의 성경구절을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 유튜브 채널 '위라클'을 운영 중인 박위와 화이팅게일의 만남  

 

 

 

김예랑은 아이가 아플 때 기도할 수 밖에 없다내 이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다른 아이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함께 기뻐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려원이가 뇌수술 직전에 왜 나는 자꾸 쓰러져? 몸이 저절로 움직여?’라고 물어본적이 있다. 그때 백설공주도 안나공주도 쓰러져, 공주는 쓰러지는거야.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병원복 위에 드레스도 입혀주고 왕관도 씌워줬다. 재미있게 놀아주려고 노력했다. 믿지 않는 분들은 경기가 멈추지 않는데 어떻게 감사하라고 해 하지만 병원에 있으니 모두 려원이를 위해, 뇌전증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줬고 관심을 기울어주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항상 기뻐하라는 묵상 가운데 수술 부위를 찾게 됐고 뇌수술 날짜가 잡혔다. 그는 의사선생님이 뇌수술은 일단 너무 위험하고 고통스럽고 힘든 수술이라고 하셨다의사 선생님이 5주 정도 릴레이 금식기도할 분들을 모아달라고 하셨고 그렇게 카카오톡을 통해 온라인 릴레이 금식기도 창이 열렸다. 염치 불고하고 다시 려원이가 입원했다는 상황을 말씀드리고 뇌수술을 하게 됐다고 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40명 정도가 카톡방에 들어오셨다. 아침점심저녁 금식 릴레이 기도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1주일 안에 뇌를 두 번 여는 대수술이었다. 2차 수술 후 의사는 걷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할 거라는 말도 했다. 실제로 려원이가 3일간 발가락조차 못 움직여서 실어증까지 왔었다.

 

 

 

▲ '화이팅게일' 랜선공연 찬양사역자 브라이언킴    

 

 

김예랑은 당시 안철민 교수님께서 R.T Candal 목사님의 완전한용서’(Total forgiveness) 책을 주셨는데 그 책을 읽자마자 용서를 해야 려원이가 걸을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병원예배실에 려원이가 탄 휠체어를 끌고 가서, 용서하고 사랑하겠다고 펑펑울면서 그동안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용서한다고 기도했다. 그런데 기도가 끝나자마자 3일만에 려원이가 입을 열어서 엄마 나 걷고싶어라고 했고, 기적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릴레이 금식기도방에서 얻은 은혜로 평생 먹고살 것 같다. 평생의 믿음의 자양분이 됐다고 고백했다.

 

려원이는 이후 재활도 열심히 해서 무사히 퇴원했지만 병원에는 여전히 아픈 다른 아이들과 엄마들이 있었다. 김예랑은 이들을 위한 기도를 계속 하고 있었고 기도 카톡방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그 가운데 권혁수 목사와 극단 프로젝트 타브의 최설화 대표가 같은 마음을 갖게 됐고 아픈 아이들과 엄마들을 위한 릴레이 기도 카톡방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김예랑은 아픈 아이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다 알지만 난치병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 잠도 못 자고 아이를 돌보고 간호하는 엄마들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엄마들이 건강하고 엄마들이 괜찮아져야 아이들을 계속 책임지고 돌볼 수 있다. 중보기도는 려원이만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아이들, 아픈 아이를 돌보는 모든 엄마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분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화이팅게일'이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기도모임으로 시작된, 그리고 병실에서 만나 친구가 된 아이들과 엄마들을 함께 응원하기 위해 시작된 화이팅게일은 코로나로 엄마들과 아이들을 직접 만날 자리를 만들기가 녹록치 않았던 만큼 랜선공연으로 이들을 위로했다.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소아뇌전증 친구들을 위한 힐링 랜선공연을 함께 했다. 선예뿐만 아니라 CCM그룹 L.A.S.T(라스트), 찬양사역자 브라이언킴, CCM가수 신효선, 그레이스 등도 함께 랜선공연을 펼쳤다. 랜선공연뿐만 아니라 희귀난치질환으로 아픈 환아들들을 돕고 있는 사단법인 여울돌에서 화이팅게일을 도와 수술비 후원 모금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중증질환 환우와 그 가정을 위한 캠페인도 준비 중이다.

 

 

  

 

 

 

 

그는 아픈 아이를 돌보면서 나의 삶도 일도 모든 것이 무너지는 상황 속에 제정신을 부여잡고 살기가 힘든 엄마들이 많다절대 혼자서는 버틸 수가 없다. 나 혼자서는 아이를 지킬 수 없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 같이 손잡아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절대 혼자서 견디지 마시고 아픈 것들을 드러내시라고 하고 싶다. #화이팅게일 인스타그램을 보기만 하셔도 용기가 나실 것이다. 내 아이만 아픈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많이 아프다. 려원이가 아플 때 가장 힘이 됐던 분들이 역설적으로 같이 공감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아픈 아이들의 엄마였다. 숨지 마시고 용기 내서 나오셨으면 좋겠다. 같이 소통하고 같이 울고 웃으면서 함께 손잡고 걸어갔으면 좋겠다. 느려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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