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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

배우 임승대 "응급 수술, 6개월 이상 누워만…" 하루아침에 뒤바뀐 가혹한 현실

이혜미 | 기사입력 2023/10/11 [13:35]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

배우 임승대 "응급 수술, 6개월 이상 누워만…" 하루아침에 뒤바뀐 가혹한 현실

이혜미 | 입력 : 2023/10/11 [13:35]

 

▲ 배우 임승대    

  

 

 

1998년 뮤지컬로 데뷔해, 2001년 영화 킬러들의 수다로 본격적 영화계 행보를 이어간 배우 임승대.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역할에서부터 극의 무게를 잡는 주연까지 섭렵한 그는 꾸준한 작품 활동과 함께 다음 세대를 위한 액터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단체로 세종문화회관에서 흑인들 노예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을 관람하러 갔어요. 친구들과 놀기 위해 도망가려던 차에 선생님께 걸려서 선생님과 맨 앞자리에서 공연을 보게 됐죠.” 그게 운명의 시작이었다. 억지로 본 공연이었지만 뮤지컬의 감동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생소하고 새로웠는데 가슴이 벅차더라고요. 공연이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줬다는 걸 알게 됐고,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그는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은 확고했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지원해 줄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당시 동국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 참가하게 됐다.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에, 3학년들을 제치고 최우수 연극상을 받은 그. “최우수상으로 동국대학교 4년 전체 장학금 지원으로 동국대에 합격하게 됐어요.”

 

아버지의 지원 없이도 연기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그는 동국대 전액 장학금을 포기했다. 이유는 불교 재단의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빚쟁이가 학교에 찾아올 만큼 가정이 어려운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친구의 권유로 교회에 나갔고, 보잘 것 없는 저를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했어요.” 그때부터 하나님과 교제하는 삶을 살려 노력했다는 그는 불교 재단인 동국대에 들어가기가 꺼려진 것이다.

 

그는 과감하게 동국대 4년 장학금을 포기했다. 그리고 연기로 경쟁이 훨씬 더 치열했던 서울예술대학교에 지원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뮤지컬 오디션을 볼 때마다 주연이 아닌 조연이나 앙상블로 활동했던 그는 계속해서 성악 레슨을 받으며 준비했고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라는 큰 뮤지컬의 공개 오디션에서 주연으로 발탁됐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어요. 6~7개월 동안 전국 공연을 도는데, 원 캐스팅이라 힘들긴 했지만 힘듦과는 비교도 안 되는 행복이었어요.”

 

만석으로 공연이 이어졌고, 그다음 작품에서도 주조연, 드라마, 미니시리즈의 주인공, 영화, 계속 캐스팅이 이어졌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갑작스러운 사고가 찾아왔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신호위반 차량에 의해 전치 20주 진단을 받는 사고가 났어요. 왼쪽 골반이 깨졌고,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에 구멍을 냈죠. 응급 수술이 진행됐지만 6개월 이상 가만히 누워만 있어야 했어요.” 하루아침에 뒤바뀐 처참한 현실에 주삿바늘을 뽑고 나가겠다고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제가 5, 정신 병동에 누워 있더라고요.” 7번째 수술을 마치니 밖에선 눈이 내리고 있었다고 회상하던 그는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저는 이러고 있어야만 하는지, 저에게 기회를 달라고 하나님께 끊임없이 기도했어요.”

 

이대로 좌절하고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옆 병실에 크리스천 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가정의 권사님께 자신을 위해 한 번만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사님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데, 그 기도 소리가 너무나 평안해서 잠이 들어 버렸어요. 그때 괜찮을 거야, 괜찮아라는 마음이 들면서 잠에서 깼어요. 몸이 너무 가벼웠죠.”

 

 

 

 

 

 

 

모두가 앉을 수도 없을 거라 이야기했지만 그는 앉았고, 모두가 걸을 수 없다고 할 때 그는 걸었다. “의사 선생님도 놀라 엑스레이를 다시 찍었어요. 저는 회복이 됐고, 바로 교회로 갔어요.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위해 기도했어요.”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앙상블 오디션을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 오디션을 보며 다시 일어섰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랑하시고 인도해 주심에 감사하며 그 사랑을 후배들에게 전하기로 한 그.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더 많이 배워요. 이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보고 있으면, 오직 순수하게 연극이 하고 싶어 모든 것을 감내했던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요. 아이들은 저에게 천사 같은 존재들이에요.”

 

그렇게 임승대 액터스쿨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이 잘 돼서 함께 촬영장에서 만나기도 한다고. 그럴 때면 정말 뿌듯하다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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