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가정 밖 청소년,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사람이 있다. 고양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 대표인 윤기선 목사다. 54년생 윤 목사는 교육전도사, 심방전도사로 10년을 사역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후 40여 년의 세월을 청소년들을 먹이고 입히고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인생의 청춘을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에 위치한 카페 꾸미준에서 윤기선 목사를 만났다. 카페 꾸미준 역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윤기선 목사가 마련한 비즈공방 겸 카페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었지만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이 직접 비즈공예와 칠보공예 등으로 만든 주얼리를 판매하고 음료도 판매한다. ‘꾸미준’은 꾸준히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이라는 뜻이다.
윤 목사는 “충동적으로 가출한 단순 가출의 경우는 부모님의 사랑의 설득과 사회복지사의 상담으로 며칠이면 집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며 “하지만 쉼터에 오래 남는 아이들은 돌아갈 곳이 없는 친구들, 집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원가정 복귀가 어려운 친구들”이라고 설명했다.
윤 목사에 따르면 쉼터 아이들의 90% 이상은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피해 청소년이다. 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3년 이내이기 때문에 이들이 쉼터를 떠나면 부모의 돌봄과 지지 없이 독립해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에 윤 목사는 쉼터에 온 청소년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생활교육부터 시작한다. “오랜 시간 방치, 방임되었기 때문에 머리를 감는 것부터, 속옷을 빠는 것 등 기본적인 생활교육을 한다”며 “식사 예절도 가르친다. 부모에게 배워야 하는 기본적인 생활태도를 가르친다”고 말했다다.
학업에 있어서도 기초교육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더하기 빼기를 못 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부모가 교육에 대해 방치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학교에 앉아 있다고 해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더하기 빼기 구구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또래와 함께 수업을 원만히 따라가기가 굉장히 힘들다. 그래서 가장 기초적인 수업부터 쉼터에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구구단부터 시작해서 알파벳, 발음기호 등을 가르친다. 2012년에는 6명의 친구들이 검정고시를 봤고 전원 합격하는 기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연말이 되면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기부 소식도 많이 들리지만 청소년쉼터에는 그 부분에서도 소외되어 있다”며 “단순히 비행 청소년이라고 생각하고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 도울 필요를 못 느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부모의 보호없이 방치된 아이들은 언어적 장애가 있고, 경계선인격장애, 지적장애까지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면 그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며 “집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이 사회의 편견어린 시선으로 더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윤 목사는 안정적인 기본생활과 기초교육 외에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게 했다. “심리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음악치료, 연극치료를 많이 했다”며 “사물놀이, 힙합, 난타, 밸리댄스, 워십댄스, 클래식 연주 등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굵직한 대회에 나가서 상도 많이 탔다”고 설명했다.
여러 수업들 가운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가장 관심과 애정을 보였던 것은 공예수업이었다고 한다. 비즈공예, 칠보공예를 꾸준히 배울 수 있도록 독려하고, 단순히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판매를 해서 아이들에게 수입이 생기고, 자립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그는 “대화동에 위치한 하나로클럽의 한 코너에서 주얼리매장을 오랜 시간 운영했다”며 “이제는 커피와 연결해 지난해 여름 이곳 탄현동에 카페 꾸미준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칠십이 넘은 윤 목사는 딸처럼 여기는 이 아이들이 자신이 죽은 후에도 카페를 잘 운영하면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히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리고 카페의 대표도 아이들 이름으로 해주었다.
여전히 고양여성중장기청소년쉼터 홈페이지에는 ‘입소가능한가요’를 묻는 청소년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쉼터를 통해 보살핌을 받고 사회에 나가지만 또 쉼터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가정 밖 청소년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는 “일년에 수백 명의 아이들이 쉼터에 들어오고 집으로 돌아가고 때로는 다시 거리로 나간다”며 “재가출을 막으려고 저와 쉼터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힘으로 버거울 때가 많다. 지칠 때마다 오직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노력한다. 아이들이 이 땅에 선한 일꾼으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를 죽기까지 기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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